정치 정치일반

[이 법안 어떻습니까] 김기식 의원 발의 감정 노동자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6 17:15

수정 2015.07.26 22:02

콜센터 근로자에 폭언·성희롱하면 형사처벌·손해배상

[이 법안 어떻습니까] 김기식 의원 발의 감정 노동자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김기식 의원
김기식 의원

최근 114 안내를 포함한 콜센터 등 감정노동 서비스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처우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콜센터 뿐 아니라 고객을 친철히 응대해야 하는 세일즈 맨 등 감정노동 서비스 근로업종 전반에 걸쳐 근로자 보호대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고객은 왕'이라는 이기적 인식아래 일방적으로 화를 내면서 폭언을 퍼붓는 가 하면 도를 넘는 인격모독 행위와 성희롱까지 일삼는 등 이른바 포괄적 '인격폭행'이 자행되고 있다. 과도한 언어폭행으로 심적인 상처를 입은 경우 감정노동 근로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배가량 높다.

하지만 감정노동 근로자들은 '갑'위치에 있는 불량 고객들의 쏟아지는 언어폭행, 성희롱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 친절히 응대해야 하는 '비정상적' 상황에 처해있다.

이에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측의 보호 의무 △폭언 고객을 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가해자에 대한 형사 고발 및 손해배상 추진 △피해 근로자를 위한 상담 및 치료 의무화 등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감정폭력, 스마일 증후군 등 초래

2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실 및 국회에 따르면 감정 폭력이 초래하는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며 피해 근로자들은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 증후군은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화가 나거나 슬플때도 무조건 웃어야 하는 증상을 말한다.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당하면서도 본능적인 방어기제를 억누른 채 밝게 응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항상 우울한 상황을 가리킨다.

적절한 상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 같은 본능적 방어와 이성적 억누름 사이에서 고객 응대시 감정적 부조화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며 심하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김 의원실 설명이다.

복잡한 인간 관계, 과당 경쟁, 과도한 업무 등 현대사회가 초래한 일종의 직업병으로, '숨겨진 우울증'으로도 불리며 의학용어로는 '가면성 우울증'으로 불린다. 매사 의욕이 떨어지고 피로감, 불면증 등 증상이 다양하며 세일즈맨, 콜센터 및 유통업체 직원 등에게 흔히 나타난다.

의욕이 넘쳐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슬럼프에 빠진다고 해서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는 뜻의 '번아웃 신드롬'이라고도 한다.

■길고 강도높은 노동구조 개혁 시급

전문가들은 스마일 증후군과 번아웃 증후군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으며, 보상이 적고 휴식이 짧은 특유의 한국식 노동시장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의 4분의 1 이상을 일해 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이나 강도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 관계자는 "2~3년전부터 대학입시나 구직 등을 위해 고 카페인성 에너지 음료시장이 급팽창한 것도 번아웃 신도롬과 관련이 깊다고 보여진다"며 "근로자의 근로의욕은 물론 조직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전체적인 노동사회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최근 당정청이 공무원 연금 개혁에 이어 최우선 국정과제로 임금피크제 도입,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을 설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감정노동 근로자 처우개선은 물론 각종 비(非)생산적·비효율적 요소가 산적한 한국식 노동구조를 혁파해야 한다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김 의원실 설명이다.

■언어폭력, 성희롱 등 형사처벌 추진

김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국정감사에서 고객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인격 무시나 폭언 등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된 바 있고 2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81%가 고객으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2014년 실시된 후속 조사에도 불구, 지난 1년간 감정노동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측의 제도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이에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회사측이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보호하고, 근로자가 해당 고객을 기피할 수 있는 권리 보장과 형사고발, 손해배상소송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한 사측이 근로자에 대한 상담.치료 지원과 상시적으로 고충센터 운영토록 하는 한편 근로자 보호가 회사 뿐 아니라 정부의 의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사측이 녹음, 고객고지 등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전적 조치를 취하도록 지도.권고토록 했다.

해당 근로사업장에 근로자 보호대책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토록 하고, 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측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감정노동 근로자들도 고객과 동등한 사람으로서 존중함으로써 안전한 일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fnSurvey